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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모음

by st공간 2025.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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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모음

10월은 계절의 여운이 절정을 넘고, 천천히 침묵을 품는 시간입니다. 계절은 비로소 무르익고, 햇살은 짧아지며, 마음은 단풍처럼 붉어집니다. 그리움과 성찰이 교차하는 이 계절엔 시 한 편이 마음을 다독여주곤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10월을 노래한 아름다운 시들을 정성스레 모아 소개합니다. 가을의 감성이 짙게 배인 시들을 음미하며 10월의 깊이를 함께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10월의 기도 – 이해인

언제나 향기로운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좋은 말과 행동으로 본보기가 되는
사람 냄새가 나는 향기를 지니게 하소서

타인에게 마음의 집이 되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게 하소서
상처를 받았다기보다 상처를 주지 않았나
먼저 생각하게 하소서

늘 변함없는 사람으로 살게 하소서
살아가며 고통이 따르지만
변함없는 마음으로 한결같은 사람으로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게 하시고
마음에 욕심을 품으며 살게 하지 마시고
비워두는 마음 문을 활짝 열게 하시고
남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게 하소서

무슨 일이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픔이 따르는 삶이라도 그 안에 좋은 것만 생각하게 하시고
건강 주시어 나보다 남을 볼 수 있는 능력을 주소서

10월에는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더욱 넓은 마음으로 서로 도와가며 살게 하시고
조금 넉넉한 인심으로 주위를 돌아 볼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 주소서

이 시는 가을의 단정한 아침처럼 잔잔한 기도로 시작합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는 기도문에 가까우며,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가짐을 통해 우리가 어떤 존재로 살아가야 할지를 되새기게 합니다. 10월, 스스로에게도 다정한 마음을 허락해보는 건 어떨까요.


10월의 엽서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 대신
잘 익은 석류를 쪼개 드릴게요

좋아한다는 말 대신
탄탄한 단감 하나 드리고
기도한다는 말 대신
탱자의 향기를 드릴게요

푸른 하늘이 담겨서
더욱 투명해진 내 마음
붉은 단풍에 물들어
더욱 따뜻해진 내 마음

우표 없이 부칠 테니
알아서 가져가주실래요?

서먹했던 이들끼리도
정다운 벗이 될 것만 같은

눈부시게 고운 10월 어느 날

시어 곳곳에 10월이 담고 있는 과실과 하늘, 바람의 결이 엽서처럼 담백하게 드러납니다. 말보다 진심, 단어보다 사물의 온기로 전하는 따스함이 이 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줍니다.


10월의 시 – 목필균

깊은 밤 별빛에
안테나를 대어놓고
편지를 씁니다

지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들리느냐고

온종일 마음을 떠나지 못하는
까닭 모를 서글품이 서성거리던 하루가
너무 길었다가

회색 도시를 맴돌며
스스로 묶인 발목을 어쩌지 못해
마른 바람속에서 서 있는 것이
얼마나 고독한지 아느냐고

알아주지 않을 엄살 섞어가며
한 줄, 한 줄 편지를 씁니다

보내는 사람도
받을 사람도
누구라도 반가울 시월을 위해
내 먼저 안부를 전합니다

이 시는 쓸쓸함과 고독을 견디며, 무언가를 먼저 건네는 따뜻한 손길처럼 우리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가을밤의 편지 한 통처럼, 독자의 마음에도 작은 위로가 머물기를 바랍니다.


10월의 시 – 김사랑

살다 보니 10월이고
길가에 코스모스 피고 바람에 흔들릴 때면
소녀처럼 웃고픈 10월이다

꽃을 따서 하늘에 날리고
그 누가 내 마음을 알아줄까?

아직도 그리는 이내 사랑은
고추잠자리 알아줄까?

중연의 달은 뜨고
기러기 울어가는 밤이면
내 사랑에 단풍이 들고
내 인생에도 10월이야

내 인생에 억새꽃 피면
흐르는 무정한 세월 속에
잊지 못한 추에이야

김사랑 시인의 시는 소녀의 마음을 가진 중년의 서정이 묻어납니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도 여전히 생생한 사랑, 잊을 수 없는 마음들이 가을 풍경과 함께 흐릅니다.


시월의 시 – 류시화

그리고는
가을 나비가 날아왔다
아, 그렇게도 빨리

기억하는가
시월의 짧은 눈짓을

서리들이 점령한 이곳은
이제 더 이상 태양의
영토가 아니다

곤충들은 딱딱한 집을 짓고
흙 가까이
나는 몸을 굽힌다

내 혼은 더욱 가벼워져서
몸을 거의 누르지도 않게 되리라

류시화 시인의 언어는 감각적이면서도 무게감을 지닙니다. 태양이 떠난 자리, 혼자 남은 자연과의 교감은 인간 내면을 상징하며, ‘가벼워짐’의 미학을 전해줍니다.


10월 –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을 따 간다
노랗게 물든 채 걸음을 멈춘 바람아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편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는 10월

이문재 시인의 언어는 철학적입니다. 낙엽 하나가 떨어지는 과정조차 의미로 가득 차 있습니다. 타오름과 추락, 가벼움과 무게가 공존하는 이 시는 10월의 존재론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10월 아침에 – 윤보영

10월이 되었습니다
10월을
기다렸던 사람도 있을 테고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나처럼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당당하게 10월을 맞이하고
10월의 주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매년 그러했듯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10월
지금부터 내 10월을
나를 위한 10월로 만들겠습니다

모임에도 자주 나가고
낙엽 보이는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커피도 마시면서
내 안에 찾아온 10월을
즐기면서 보내겠습니다

생각 한 번 바꾸었는데
쓸쓸한 표정 짓던 10월이
꽃다발 같은 미소로 다가섭니다

"그래, 10월!
우리 한 번 잘해보자!"
꽃밭 같은 마음 내밀고
10월을 맞이합니다.

사랑합니다.

긍정의 전환이 삶을 바꾼다는 메시지를 담은 시입니다. 외로움이 짙은 계절일지라도, 스스로가 계절의 주인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격려의 시입니다.


10월 잎새 – 오보영(미송)

낙엽 되어
떨어진다고

너무 서글퍼 하지 말거라

그간 너는
널 맺게 해준 나무를 위해서
나무 있게 해준 숲을 위해서

네가 너로서
지켜야 할 본분
하여야 할 도리를

할 만큼 하며 살아왔단다

지난 세월
강풍아 불어와도
폭우가 쏟아져 내려도

굴하지 않고

당당히 할 바를 다하였으니

이제는 편안한 맘으로
귀한 소명 감당하거라

널 필요로 하는
땅에게로 가서
기름진 밑거름이 되어 주거라

이 시는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든 존재에게 전하는 위로입니다. 잎 하나의 낙조조차 생명의 순환 속 의미로 해석하는 따뜻한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10월의 코스모스 – 김정섭

꽃이 지고 있습니다
헤적이다가 얼룩진
지난날들이
꽃으로 피었다가
지고 있습니다

진홍빛 사연들이
연분홍빛 체색들이
하얀 화선지 위에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려졌던 날들이
가을 언저리에서
애써 꽃으로 피었다가
깊어가는
내 가을 비밀노트에서
아프게 지고 있습니다

10월의 코스모스는 삶의 수채화입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마음속 가을 노트에 차곡차곡 기억이 접히듯, 시도 그렇게 잔잔히 우리를 물들입니다.


가을은 짧아서 – 박노해

가을은 짧아서
할 일이 많아서

해는 줄어들고
별은 길어져서

인생의 가을은
시간이 귀해서

아 내게 시간이 더 있다면
너에게 더 짧은 편지를 썼을 텐데

더 적게 말하고
더 깊이 만날 수 있을 텐데

더 적게 가지고
더 많이 살아갈 수 있을 텐데

가을은 짧아서
인생은 짧아서

귀한 것 시간이어서
짧은 가을 생을 길게 살기로 해서

물들어 가는 가을 나무들처럼
더 많이 비워내고
더 깊이 성숙하고

내 인생의 결정적인 단 하나를 품고
영원의 시간을 걸어가는
짧은 가을날의 긴 마음 하나

박노해 시인의 시는 존재의 본질에 대한 통찰로 가득합니다. 짧은 시간 속에 얼마나 많은 삶의 의미가 농축되어 있는지를, 깊고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맺음말

10월은 물러나는 계절이 아니라, 한 해를 단단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입니다. 황금빛 햇살과 낙엽, 짙어진 감성 속에서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더욱 투명하고 순해집니다. 시를 통해 가을의 언어를 곱씹으며, 우리 마음속에도 단풍 한 송이, 바람 한 줄기 들이우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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